돗토리 -  일본 최대의 해안 사구 자연이 주는 스펙터클
시마네 마쓰에 -  ‘신화의 고장이자 인연 맺기’의 명소

일본 최대의 섬 혼슈 남서쪽에 자리 잡은 돗토리 현과 시마네 현.

일본에서는 이곳을 주고쿠(中國) 지방으로 분류하는데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주고쿠 산지를 기준으로 돗토리와 시마네가 속한 윗쪽을 산인(山陰), 히로시마, 오카야마 등이 위치한 아래쪽을 산요(山陽)라 부른다.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든 산인과 산요 두 지방은 각각 기후와 풍습, 사람들의 기질에서도 차이가 난다. 해보다는 구름에 익숙한 산인지방은 차분한 분위기에 다소 수줍은 듯 한 인상인 반면 구름보다 해와 친한 산요지방은 활기찬 분위기에 호방한 느낌을 준다. 산인에서의 취재 일정도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다.

산인지방은 일본 신사 중 최대급을 자랑하는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를 중심으로 전해지는 수많은 신화를 간직한 곳으로 인연(因然)을 중시하는 일본 자국의 신도들은 물론 국내외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스토리의 보고(寶庫)가 되고 있다.

돗토리와 시마네는 직접 찾아보지 않고서는 숨은 매력을 발견키가 꽤나 어려운 곳이다. 두 도시의 속살조차 역시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돗토리 · 시마네현 = 서진수기자 gosu420@naver.com

취재협조: 산인국제관광협의회, (주)인페인터글로벌·재팬
문의: 돗토리 tottori.or.kr/tottori-blog.kr 시마네: shimanekko.blog.me

■■돗토리(鳥取)현

일본 최대의 모래언덕인 돗토리 사구.

우리나라 강원도와 1994년부터 우호적인 결연을 맺고 있는 곳이 돗토리 현이다. 면적은 강원도의 4분1가량이지만 인구는 절반 수준이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 맑은 물과 푸른 산, 오징어를 비롯한 다양한 해산물 등 강원도와 돗토리는 여러모로 닮은 곳이 많다.

돗토리현은 크게 동부, 서, 중부로 나뉘는데 동부는 돗토리시, 서부의 중심은 사카이미나토와 요나고시이고, 중부의 중심은 구라요시시 이다.

요나고 기타로 국제공항을 필두로 사카이미나토항 등 외부로의 출입이 비교적 수월해 늘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크다. 음식과, 카페, 도시 미관, 문화 수준 등은 인구 60만의 작은 항구도시로 치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센다이 강을 중심으로 돗토리 사구와 일본에서 가장 큰 연못인 고야마이케가 있다. 돗토리현에는 또 후지산을 닮은 주고쿠지방 최고봉 다이센(大山 해발 1709m)이 계절마다 표정을 달리하며 우뚝하다. 다이센 주변으로 골프장과 스키장, 등산 루트 등이 잘 정비돼 있어 다양한 레포츠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요나고 기타로 공항과 함께 사카이미나토항까지 우리나라 DBS 페리가 운항하고 있어 점차 한국인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돗토리현 전역은 2010년 9월 진행된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 촬영된 장소로 곳곳에서 당시의 장소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첩보원들의 스펙터클한 액션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가슴시린 사랑과 우정의 대서사시가 그려졌다. 드라마 따라 가는 여행루트도 인기다.

▶돗토리 사구(砂丘)

남북으로 흐르는 센다이 강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돗토리시의 북부 해안에는 일본 최대의 모래언덕인 돗토리 사구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동서 16km, 남북 2km인 대사구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10만년의 세월이 빚어낸 역작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 바람과 대지의 합동 예술작품에 발자국을 남길 수 있어 더욱 더 매력적이다.

그냥 드 넓은 모래사장이겠거니 했던 건 기우다. 한걸음 한걸음마다 감탄사의 연발이다. 정상인 ‘말의 등’이라 불리는 곳까지는 걸어서 25분가량 소요되는데 높이가 48m에 달하는 그 곳을 걸어 오르는 관광객들의 모습도 장관이다.

사구 맞은편에 위치한 ‘레이 가든’은 결혼식장으로 이용되는 카페로 아테네의 여신 촬영시 배우 정우성과 보아가 데이트를 하던 장소로 유명하다.

▶우라도메(浦富)해안 - 풍광이 빚은 역작 일본 백경 중 하나

‘여신이 산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1928년 일본 국가지정 명승지이자 천연기념물로 꼽힌 곳이다. 약 15km에 이르는 리아스식 해안은 서쪽으로 절벽과 동굴이 절경을 이루고 동쪽으로는 희고 깨끗한 백사장이 아름답다. 화강암, 절벽, 기암, 다수의 동굴들이 산재해 복잡하면서 기묘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웅장하면서 평온하고, 거칠지만 아름답다. 수심 25m까지 볼 수 있는 투명도도 자랑이다. 맑은 바닷물은 파도가 잔잔할 때면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정도다. 돗토리 사구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40~50분 동안 선장의 재치 있는 안내와 함께 섬들을 돌아 볼 수 있다. 탑승 전 매표소에서 한국어 안내문을 내어준다. 95인승 유람선은 3~11월, 소형유람선은 4~10월에 운항된다.

▶사카이미나토市 미츠키 시게루 로드 - 자연스레 녹아든 세심한 배려와 창작의 장려

어릴 적 우리를 요괴인간이 나오는 TV 앞으로 이끌었던 그 컨텐츠 하나가 인구 3만5천의 작은 항구도시 사카이미나토를 먹여 살리는 매력덩어리가 되고 있다.

항구주변이며 기차역을 들고 나는 곳곳, 현실과 매치된 절묘한 상상의 루트는 흐르는 공기조차 상상 속 요괴의 나라를 거니는 듯 착각에 빠지게 한다.

수많은 조각 작품들은 차치하고라도 각 음식점 간판에 그려진 그림이며 음식, 각종 캐릭터의 장난감까지 어느 것 하나 요괴인간이 접목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즐거운 마음으로 사랑하니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조차 흥겹기만 하다.

돗토리 현으로 드는 요나고 공항의 이름조차 요괴인간의 주인공 기타로의 이름을 따 ‘요나고 기타로 공항’으로 바꿔 부를 정도다. 자연스레 녹아든 세심한 배려와 창작의 장려가 큰 깨달음을 주는 곳이다.

▶미사사 온천 - 850년의 전통 이곳에서 아침을 세 번만 맞으면 병이 낫는다
미토쿠강(三德川)을 중심으로 형성된 850년 전통의 온천마을이다. 미사사(三朝) 다리 주변으로 일본 전통 온천료칸들이 늘어서 있다. 라듐의 함유량이 높아 면역력 향상의 효과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사라는 이름은 이곳에서 아침을 세 번 맞으면 병이 낫는다는 데서 붙여졌다. 질병치료에 좋은 탕치온천으로 동맥경화, 천식, 당뇨병, 만성 피부병 등에 효험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약 25군데의 온천 료칸이 있으며 미사사 다리 밑에는 무료 혼욕탕인 가와라(河原) 노천탕이 24시간 열려 있다. JR구라요시역에서 미사사 온천행 버스가 다닌다. 20분 거리.

▶돗토리 체험 - 1000엔 택시투어

돗토리 구라요시 시라카베도조 아카가와라.

돗토리시에서는 단돈 1000엔이면 3시간 동안 돗토리 동부지역 어디든 오갈 수 있는 택시투어를 제공한다. 4명이 함께 탈 경우 250엔인 셈이다. 원래 택시의 기본요금이 600엔부터니 파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외국인에게만 제공되는데 사전예약은 받지 않고 당일 JR돗토리역 내 돗토리시 국제 관광객 서포트 센터(한국어 가능 0857-36-3767)에 찾아가서 신청을 하면 되는데 신청서를 작성하는 중 차량을 수배해 준다.

돗토리역에서 출발하며 3시간이면 돗토리 사수와 우라도메 해안까지 돌아 볼 수 있다. 올 때는 숙소나 기타 필용한 장소까지 태워 줘 편리하다. 운전기사들은 한국어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친절하기 그지없다.

■■시마네(島根)현

우리나라와는 독도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는 곳이 시마네현이지만 가는 곳마다 신화가 숨어 있고 머무는 곳마다 인연이 스토리로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시마네현에 들어서면 ‘신화의 고장’, ‘인연 맺기’ 같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시마네가 일본 고대국가의 중심지로서 많은 신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출운대사 이즈모타이샤. 일본 최대 규모의 금줄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일본 신화에는 수많은 신들이 서로 다투기도 하고 돕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그 중 나라 만들기에 힘쓴 신이 시마네의 이즈모타이샤에 모셔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신이 바로 인연을 맺어주는 신이기도 해서 시마네가 ‘신화의 고장이자 인연 맺기’의 명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본 각지의 처녀총각이나 싱글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좋은 인연의 비즈니스를 원하는 기업가들의 왕래도 줄을 잇고 있다.

▶마쓰에(松江)성- 에도시대의 흔적 마쓰에 역사의 상징

산인지방에서 유일하게 에도시대의 건축양식 천수각을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세운 성답게 외관이 온통 검은색이고 들고 나는 길도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진정 전쟁은 한 번도 치루지 않았다.

1611년 마쓰에를 통치했던 호리오 요시하루가 1611년 지은 이 건물은 큰 재해나, 보수를 한 흔적도 거의 없이 에도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잘 정돈된 넓은 뜰에는 벚나무며 각양의 정원수들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방문객을 맞는다. 5층에 달하는 성 망루에 올라 내려보는 마쓰에 시의 전경은 꽤나 아름답다.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남쪽으로는 오하시가와(大橋)가, 성 주변에는 호리가와(堀川)가 흐르고 있어 일본의 3대 호성(湖城)으로 꼽힌다.

▶호리카와 유람선 - 물위의 산책로 꽃피는 봄 절정의 미

적군의 침략에 대비한 해자(垓子)가 오늘에 와서는 유람선이 떠다니는 아름다운 물길 위 산책로로 변하다. 전략적 구조로 만들어 진 이 물길은 이제 마쓰에 성을 감싸고돌며 아름다운 운치를 자아낸다. 물길 따라 길 양쪽으로 녹음이 우거진 산책로가 나있어 삼삼오오 산책을 즐긴다. 유람선을 타고 마쓰에 성을 낀 마을을 돌아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40~50분 정도로 1인당 820엔(외국인 할인가)에 즐길 수 있다.

배를 타고 도는 동안 16개의 다리를 만나게 되는 데 낮은 배임에도 불구하고 지붕을 접고도 고개를 숙여야만 통과 할 수 있어 재미있다. 뱃사공들은 중간에 마쓰에의 향토음악을 한 구절 부르기도 해 관심을 끈다. 한국인 단체가 탑승하면 한국어 음성해설이 있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겨울에도 유람선에 난방기구 고타쓰를 설치해 추위 걱정 없이 유람을 할 수 있다.

▶야스기시 후루카와초 소재 아다치(足立) 미술관- 일본정원의 진수 그 속에 빛나는 명화(名畵)열전

한폭의 그림이런가... 시마네현 야스기시 후루카와초에 위치한 아다치 미술관은 일본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일본 고유의 정원은 물론 일본의 명화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요나고 기타로 공항과 만화 ‘게게게노 기타로’의 고향 사카이미나토에서 30~40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산들을 배경으로 바뀌는 사계절의 색채는 아다치만의 자랑이자 한 폭의 그림이다. 5만평에 달하는 대정원과 요코야마 다이칸(橫山大觀) 컬렉션을 비롯한 근대 일본화가의 명작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봄에는 영산백, 여름 신록, 가을 단풍, 겨울 설경은 미술관 창시자인 ‘아다치 겐코’의 정원 제작에 따른 그의 사상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정원에는 고산수정, 백사청송정, 태정, 지정으로 명명된 정원들이 일본화와 함께 어우러져 방문객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미국의 일본정원전문지 ‘저널 오브 재페니즈 가덴’은 10번 연속 이 곳을 1위로 선정했고 2011년에는 세계적 여행가이드인 ‘미슐랭 그린 가이드 자퐁’이 미술관 부분, 일본 정원 부분에서 세계 최고 등급인 ‘3스타’ 를 줬다.

개관시간은 4~9월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 10월~3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중무휴다. www.adachi-museum.or.jp/

▶출운대사 이즈모타이샤 - 인연의 신 모셔진 일본의 유명 신사

이즈모타이샤에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끝없이 이어진다. 인연을 맺어주는 신으로 알려져 있는 오오쿠니 누시노카미를 모시고 있는 신사다. 음력 10월에는 전국의 신들이 이즈모에 모인다 하니 대단한 곳임에는 틀림없다.

이곳에는 길이 13미터에 무게 5톤인 일본 최대의 금줄이 압도적이다. 금줄은 속세와 신세를 구분 짓기도 하고, 인연을 맺어준다고도 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행운을 준다고 해서 예전에는 금줄에 동전을 던져 꽂기도 했지만, 지금은 신사 측에서 금하고 있다. 인연의 신에게, 미래의 연인에게, 그리고 이미 인연을 맺고 있으며 오래가기를 기원하기 위해 많은 인파가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찾고 있다.

▣여행정보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에서 화, 금, 일요일 주3회 요나고 기타로 공항을 잇는다. 1시간 10분 소요. 오전 출발에 오후 귀국 일정이라 편리하다.

DBS크루즈페리도 강원도 동해에서 매주 1회 출항해 사카이미나토 항으로 든다. 강원도 관광을 즐긴 후에 오후 6시 출발해 밤을 배에서 보내면 오전 9시 돗토리현 항구에 닿을 수 있다. 승선인원 530명, 1만3000t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