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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 병으로 오감을 만나다!KOV 한국와인기사단 김동준 총사령관과 함께하는 와인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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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3.25  16: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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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 한국와인기사단 김동준 총사령관. 영남이공대 교수

현대사회는 풍요로운 시대다. 음식과 주류에 대해서 본인이 원하면 자동차에 주유하듯 먹고 마시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는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은 오감을 사용하여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통해 최대한의 만족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시각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향이 맛을, 맛이 뇌를 지배하는 것은 오감을 사용하여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오감을 가장 최대로 즐길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일까? 바로 와인이다. 왜냐하면 와인은 단순한 음료만이 아닌 와인 속에 담겨 있는 맛의 비밀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토리텔링과 요리와의 조화까지 고려한다면 오감을 동원하여 와인을 음미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와인의 오감이 표현되는 것은 일정한 과정이 있다. 기본적인 인식과 단계별로 시음의 방법을 공감한다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느낌은 주관적이고 개별적이나 함께 공유하고 와인의 향과 맛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기쁜 일이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향과 맛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또한 의미가 크다.

와인의 오감을 느끼는 효과적인 방법은 테이스팅(tasting)을 단계별로 진행하여 우리의 뇌를 자극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먼저, 소리를 듣는다. 와인을 보고 설레는 마음의 소리, 코르크를 뽑을 때 나는 소리, 스파클링 와인의 기포 소리, 디캔터(decanter)와 잔에 따르는 소리, 한 모금을 입안에서 굴리는 소리, 목으로 넘어가는 소리, 감탄의 소리 등이 그것이다. 시음의 각 단계마다 항상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 포도가 자라온 자연과 인간의 소리를 총체적으로 접하는 것이다. 침묵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가? 오랜 시간 지하에서 숙성되며 인내하는 고요한 소리 말이다.

색을 보자. 레드, 화이트, 로제만이 아닌 루비 빛의 카베네 쇼비뇽과 멜롯 포도와의 블랜딩, 체리 빛의 피노누아, 검붉은 시라, 가장자리에 보라색과 푸른빛이 감도는 어린 포도, 오렌지와 양파 껍질 색이 감도는 갈변중인 와인을 알아차리자. 젊음과 완숙함을 느끼고, 색의 스팩트럼을 마음껏 느껴본다. 화이트 와인도 옅은 초록, 노랑, 황금 색 등의 다양함이 있다. 포르투칼의 비노 베르다 와인은 옅은 연두색이 일품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의 느낌, 코뜨도르(Cote d’Or) 황금의 언덕을 연상케 하는 포도 수확 후 누런 잎의 장관을 상상하라! 색의 뉘앙스는 우리의 마음을 항상 뛰게 한다.

와인 잔을 크게 돌리고, 향을 느껴보자. 와인은 코로 마신다는 말이 있다. 향을 모르면 맛을 모르는 것이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고유의 향을 가지고 있다. 와인의 향에서 흔히 등장하는 카시스(cassis)를 아는가? 일단 몰라도 좋다. 꽃과 과일의 1차향인 아로마(aroma)는 와인을 오픈했을 때 나고, 공기와 접촉하면서 점차 오크통 속에서 숙성의 결과인 부케(bouquet)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가죽, 흙, 시가 등의 복잡함을 느낄 수 있다. 솔직히 세상에 수많은 향을 다 알 수는 없다. 쉽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베리, 제비꽃의 향을 잘 모를 때 붉은 과일의 향이라고 해도 무난하다. 좀 더 큰 범주로 향을 표현해도 되는 것이다. 와인의 향은 포도의 껍질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쇼비뇽 블랑에서 레몬만이 아닌 풀 냄새가 나는가? 파인에플, 자몽 껍질의 고급 느낌, 혹시 고양이 오줌 냄새는 나는가? 샤블리 샤도네이의 상큼함, 미네랄, 흰 꽃의 향이 나타나는가? 또한 뫼르소의 아몬드, 토스트 향을 느껴보고, 랑그독 지역의 좀 더 무거운 향으로 코를 자극해 보자.

이제 마셔보자. 한 모금 마셨을 때 입안에서의 동시다발적인 촉각, 입안으로 어택이 들어온 첫 느낌이 중요하다. 거침이 없고 뚜렷하며 정확한 맛이 좋은 와인이다. 입안에 머무는 잠시 동안 공기와의 흐름을 통해 향, 맛, 질감, 구조, 균형감을 살펴보자. 향의 길이도 살펴봐야 한다. 꼬리처럼 길게 나타나는 여운이 중요하다. 타닌과 알콜에만 묻히지 말고 다양함을 느끼는 훈련이 필요하다. 한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면, 여러 가지를 동시에 느끼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한 가지를 계속 따라가 보는 것이다. 그러면 실력이 꾸준하게 늘 것이다.

마지막으로 총체적 평가인 종합과정을 표현해 보자. 와인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평가가 있겠지만, 보통 당도, 바디감, 산미, 타닌, 스타일 등의 기준을 표현하면 된다. 레드의 경우 타닌, 바디감, 복합미 등을 제시하고 화이트는 산미, 당도, 균형미 등을 나타내보면 흥미가 증가할 것이다. 와인의 평가에 정답은 없다. 개인의 주관적인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며 어린 시절 뛰놀던 풀 냄새, 산 공기, 굴뚝의 연기, 구수한 찌개의 냄새로 표현해도 멋진 평가가 될 수 있다.

술은 물에 갇힌 불이라고도 한다. 단순한 물이 아니라 불같은 열정이 들어 있다. 비밀스러운 향과 맛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낼 때 환호와 탄성을 지르게 된다. 와인에 대해 자신 있는 애호가가 되자. 좋아하는 지인을 초청하고, 여유 있게 와인과 음식을 대접해 보라. 우선 와인 셀러를 구비하고 레드 와인 10병, 화이트 와인 5병, 로제 와인 1병, 귀부 와인 1병, 주정강화(포트) 와인 1병, 스파클링(샴페인) 와인 1병, 올드 빈티지(20년 이상) 와인 1병으로 총 20병 정도를 준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공부도 되고 마음이 꽤 든든할 것이다.

명작은 오래 감상할 수 있으나 와인은 일회성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값지고 애잔하며 영혼에 닿는 순간이 와인과 함께 하는 것이라면 절대 놓치지 마라. 왜냐하면 와인을 함께 마시는 사람과 나 자신의 천국을 위한 행복이 바로 그 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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