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도성의 길 표지

'한양도성 길'은 한양도성을 답사하고 작성한 글모음이다.

그렇다고 한양도성만을 답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 한양도성 안의 도심지역과 도성 밖의 주변 지역까지 포괄한 연구 범위를 설정해 답사했다.

저자인 장병권 호원대학교 교수는 “이글을 쓰게 된 것은 한양도성 바로 아래 종로구 무악동에 살면서 틈틈이 한양도성을 도보로 순성(巡城: 성을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함)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동안 한양도성 18.6㎞ 전체를 다섯 번 돌아봤다. 제일 처음 한양도성의 완주는 2019년 7월 22일에 11시간에 걸쳐 걸었다. 시행착오 끝에 완주해 보니 30.3㎞(44,671보)나 됐다. 이후 서울 시내를 걸어 다니며 도성 안은 콘텐츠의 보고(寶庫)임을 느꼈고, 골목투어를 병행했다”면서 “계절은 약간 다를 수 있지만 지난 4년간 사계절에 맞춰 한 번씩 순성한 셈이다. 순성하기 전에 한양도성에 관한 많은 책자를 읽고 답사할 곳을 하나도 빠짐없이 방문하고자 했다. 1차 때 빠트린 곳은 2~4차 순성중에 추가로 답사하는 한편 서울 도심권은 방문할 곳을 사전에 목록을 만들어 수시로 답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한양도성을 순성하면서 큰 도움이 되었던 자료는 유홍준 교수(전 문화재청장)가 지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면서 “2004년에 쓴 ‘서울 답사여행의 길잡이’, 2007년에 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북악산 서울성곽’, 그리고 2017년에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1,2’와 2020년에 쓴 ‘서울역사답사기4’, 2022년에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4, 5’를 직접 구입해 메모해 가며 빠짐없이 읽고 나름대로 코스를 정해 답사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순성을 거듭하면서 도성 주변 지역을 역사적 흔적과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추가로 담았다. 그 과정에 서울특별시가 제작 배포한 ‘서울 한양도성 관광안내 지도’가 매우 유용한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방송프로그램인 ‘다시갈지도’가 해외여행을 가도록 자극하였던 것처럼, 이 지도는 ‘여행갈지도’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그 지도에 방문했던 장소를 체크하거나 수기로 추가하면서 도심 골목을 샅샅이 훑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양도성을 답사하면서 기본적인 입장은 기존의 많은 연구 실적을 발표했던 역사학자, 지리학자, 향토학자와는 달리 순전히 ‘관광학자’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평생 관광학자로 살아왔다. 그렇다고 다른 학문에서 제공한 연구자료들을 소홀히 취급하지 않았다. 아쉽게도 관광학자들의 한양도성에 대한 답사기나 연구 실적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한양도성에 관한 관광답사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많은 연구자료를 활용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 서울역사박물관과 한양도성박물관을 수십 차례 방문해 자료를 수집했다. 각각의 역사·문화 시설에서 제공하는 안내자료와 안내판도 빠짐없이 수집해 현장에서 해답을 찾고자 했다”며 그간의 발품 판 노고를 덧붙였다.

저자가 한양도성을 순성하고, 도심 골목투어를 하면서 항상 골똘히 생각했던 것은 다음의 여섯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첫째, 한양도성의 역사적 의의는 무엇이고, 세계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 것인가?
둘째, 한양도성 안팎을 ‘도보’ 중심으로 콘텐츠화할 경우 미래형 테마여행 코스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셋째, 서울이 세계 10대 관광도시가 되었는데, 이를 5대 역사·문화 관광도시로 도약시키는 데 있어서 관광 부문의 역할은 무엇인가?
넷째, 한양도성에 대한 서울시민과 지방 거주 국민의 접근성을 향상할 수 있는 홍보 및 편의 제공 방안은 무엇인가?
다섯째, 한류 문화도시의 선봉장 역할에 머물지 않고 세계인의 서울방문을 끌어낼 수 있는 K-관광 솔루션은 무엇인가?
끝으로, 한양도성과 내부 지역에 축적된 역사·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연계하고 도성 밖 지역의 자원까지 염두에 둔 ‘연계와 확장’ 방안은 무엇인가? 등이다.

그는 “서울은 이제 차량 중심의 도시에서 보행자 중심의 도시로 대전환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도보여행을 통해 직접 체험하며 가치를 공유하고 전파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지금까지도 그래왔던 것처럼 기존 콘텐츠를 새롭게 융합해 미래형 관광콘텐츠로 묶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을 국제관광 도시로 육성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 점에서 서울은 무한한 가능성의 도시이고, 앞으로도 서울의 에너지 중 역사와 문화가 가장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았다”고 강조했다.

‘한양도성의 길’은 총 3부로 구성됐다.
필자는 그동안 확고하게 간직해 온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학문 자세를 이 글에서도 유감없이 반영했다. 우선 수도 한양을 포함한 한양도성의 과거를 되새겨보고, 현재를 파악하고, 그리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제1부는 한양도성의 ‘과거 살펴보기’다. 그리하여 한양도성의 입지적 여건, 한양도성의 축조와 네트워크, 한양도성 주변 성곽마을, 한양도성의 관광 활용을 다루었다. 많은 소주제와 내용을 담을 수 있었지만, “서론이 길다”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가급적 내용을 줄였다.

제2부는 한양도성의 현재 ‘톺아보기’다. 순우리말인 ‘톺아보기’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는 것을 말한다. 한양도성과 안팎을 답사하면서 관광적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곳을 선정해 답사하기 편하게 기술했다. 그리고 서울의 관문인 숭례문에서 시계방향으로 시작해 남산에서 서울을 조망하며 마무리하는 게 가장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한양도성 코스를 저자는 권역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감안해 숭례문 권역, 돈의문 권역, 인왕산 권역, 백악산 권역1, 백악산 권역2, 낙산 권역, 흥인지문 권역, 남산 권역 총 8개 구간으로 구분해 살폈다.

제3부는 한양도성의 ‘미래 제시하기’다. 서울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관광콘텐츠로 ‘서울형 테마여행 10선’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도보여행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고 도성 안뿐만 아니다 도성 밖까지 콘텐츠의 확장을 모색했다. 주요 내용은 서울고궁촌 코스, 서울 한옥길 코스, 청계천 역사·생태문화길 코스, 서울 전통水정원길 코스, 세종대왕과 한글길 코스, 서울 문화·관광특구 연계 코스, 한국 종교문화 코스, 한양도성 성곽마을 코스, 광장&박물관 연계형 국가상징가로 코스, 자랑스런 K-관광원형 코스가 그것이다. 특히 마지막의 K-관광원형 코스는 한국의 환대문화와 서비스의 증거가 될 만한 관광원형(觀光原型)을 찾아내는 데 주력했다.

장병권 著/ 백산출판사 刊 / 값 2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