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 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KIAD) 디자인예술학부 교수.

“나무는 자연입니다. 나무는 생활입니다. 나무는 행복한 그리움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지고지순합니다. 예술은 자연을 닮습니다”.

‘2016 지리산국제환경생태예술제’, ‘제 1회 대한민국환경생태디자인대전’예술감독 겸 집행위원장인 가람 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KIAD) 디자인예술학부 교수.

오는 10월28일부터 경상남도 하동에서 개최되는 ‘지리산국제환경생태예술제’와 예선 온라인 접수 중인 ‘제 1회 대한민국환경생태디자인대전’의 예술감독 겸 집행위원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다.

자연과 늘 가깝게 지내며 예술적 영감을 얻고 있는 그의 목소리엔 6월의 녹음만큼이나 짙은 생생한 힘이 느껴진다.

▶환경생태예술에 관해 생소한 분들이 많을 거 같습니다. 환경생태예술이란 무엇인지요

- 환경생태예술은 크게 대지 예술과 환경설치미술 등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을 말합니다. 거기에 자연 재료를 사용하여 표현한 환경 생태적이며, 친환경적 예술 활동까지 환경생태예술이라 총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생태예술은 자연과 인간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존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예술은 자연의 재현에 머물던 과거의 예술에서 꽤 멀어진 느낌입니다. 어떤 계기로 다시 자연을 대상으로 ‘2016 지리산환경생태예술제’와 ‘제1회 대한민국환경생태디자인대전’을 기획하게 됐는지요.

-아시다시피 예술의 태동은 자연을 섬기는 것에서 비롯됐지요. 초기에는 종합적인 군무 형태로 풍년제, 산신제, 고유제 등 자연을 대상으로 지내는 집단적 제의 의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차츰 이러한 제의 행위가 분화되고 개인화되어 발전하는 과정에서 대다수의 예술이 지금과 같이 자연과 멀어진 형식까지 갖추게 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제는 예술이 다시 자연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인간도 자연의 순환체계 속에 있는 작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자연은 인간의 본성 유지를 위한 근본일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에겐 영원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자연을 거스른 현대 과학과 산업화가 이룬 물질적 풍요와 첨단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불러온 성과주의는 자연과 인간의 간격을 더욱 늘려났으며, 그 거리가 늘어날수록 인간은 정서적으로 더욱 피폐해지고 가난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현대인에게 상대적으로 느리며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자연’으로부터 위안과 치유를 받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 겁니다. 그래서 요즘 어떻게 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나라 전체가 온통 ‘힐링(Healing)’ 열풍이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저는 이러한 사람들의 요구에 가장 적합한 대답이 바로 ‘자연’이라 생각했고, 여기에 기안해 우리나라에서 천혜의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지리산을 배경으로 ‘지리산국제환경생태예술제’와 ‘대한민국환경생태디자인대전’을 기획하게 된 겁니다.

▶그간의 행적을 보면 자연을 소재로 한 조형물과 목조가구 등 자연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지속해오고 계신데 자연에서 소재를 찾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자연은 언제나 지고지순합니다. 예술은 자연을 닮죠. 자연에 대한 저의 신념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지리산 산골 출신이라서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도 ‘자연’의 위대함을 뛰어넘는 가치는 어떠한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주로 나무와 자연을 오브제로 하는 작업, 곧 ‘생태아트’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죠.

▶환경생태예술이 다소 생소한 장르여서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을 거 같습니다. 이번 ‘제 1회 대한민국환경생태디자인대전’은 그런 면에서 환경생태예술을 널리 알리는데에 기여 할 수 있다는데 동의합니다.

- 환경생태예술은 산업화를 먼저 시작하여 자연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을 둔 유럽을 비롯한 서구사회에서부터 먼저 시작됐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대지예술 등 환경생태예술 분야가 다소 생소한 장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환경설치미술’이라는 조금은 모호한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해 왔지만 그것조차도 생소하다 보니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현대는 이미 다원화된 문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미술 작품은 아직도 실내에 전시하는 회화-조각 중심으로 편향되어 있고, 그 외의 분야는 외면을 받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술에도 대세란 게 있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사실은 한쪽으로만 예술적 관심이 편향되어 있는 편이죠. 그러다보니 작가 개인이 기존 예술 분야로 진입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길이 열려있지만 환경생태예술과 같은 새로운 예술 분야가 받아들여지는 문호 개방에는 정말 많이 인색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 ‘제1회 대한민국환경생태디자인대전’을 통해 집단적 놀이 형태의 시민 참여형 예술 분야와 공공미술 분야, 자연재료를 사용하는 분야, 저에너지를 사용한 조명을 통한 빛 예술 분야의 신진작가 발굴을 목표로 환경생태예술이 더 확산되길 바라며 이번 공모전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이는 다시 해당 지역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지대한 역할을 하는데도 큰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화가, 가구교육가, 환경조형미술가, 목조건축가, 환경디자인 아트디렉터 등 자연과 나무를 통해 다양한 작업들을 선보여 왔는데, 교수님에게 자연 혹은 나무가 개인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요.

-저의 유년 시절을 함께 해 온 나무는 저의 습작의 첫 오브제였습니다. 입체회화, 설치조형, 목가구조형 등 입체작업을 주로 다루는 지금까지도 나무와 자연은 제 표현물의 주요 오브제이자 재료입니다. 또한 자연에 들고, 나무에 눕고, 그리움에 사무치며 아티스트로서의 영감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리산에서 났고, 지리산의 품에서 마감할 거고요. 저에게 나무는 자연 그 자체입니다. 재료이면서 모티브이고 발상의 대상이었죠. 숲에서 나무의 오감과 생태적 성장을 함께하며 자연의 본성이 제 심장의 피와 늘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이는 학습도 의지도 아닌 태생적 필연입니다. 누군가에겐 나무가 그저 먼 자연이거나 혹은 생활고의 해결책이었겠지만 저한테는 감성과 이성이 공존하는 생생한 대상입니다.

▶오는10월에 열리는 ‘지리산국제환경생태예술제’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신지요

-‘지리산환경생태예술제’의 목표는 자연주의 지향의 일상 예술 실현입니다. 특히 ‘지리산권 원시예술과 원형문화의 세계화’를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지리산을 대한민국 국제 환경생태예술이 태동하는 성지로 거듭나게 할 것입니다.

▶ ‘지리산국제환경생태예술제’를 방문한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얻어갔으면 좋을까요

-이번 예술제를 통해 사람들이 자연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인식했으면 좋겠어요. 숲과 나무의 순환 고리는 사람과 모든 생명체의 자연적 질서와 유기성의 표현일 것입니다. 이번 예술제를 통해 관객들이 이러한 자연의 유기성을 차근히 관조하며 대자연의 질서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길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