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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向한 절절한 사랑고백 ‘기차가 온다’철도史 연구로 박사학위 받은 자칭 ‘철도마니아’ 배은선역장
서진수 기자  |  gosu4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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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1  09: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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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차에서 KTX까지 한국철도 120년 변천과정 담아내

우리나라에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지 올해로 120년째.
2019년 철도의 날을 맞아 경부선의 현직 역장이 기차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 내 눈길을 끈다.

   
 

배은선 송탄역장. 그가 쓴 책자 머릿말에는 “이 책이 젊은 철도인 들에게 먼저 읽히기를 원한다”고 썼다. 철도가 그저 밥벌이 수단으로 치부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일게다.

‘기차가 온다’로 인해 그들의 가슴에 던져지는 작은 불씨가 철도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타오르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사랑은 앎에서 비롯된다고 했던가. 사랑만이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그의 철도인생을 결산하는, 철도를 향한 절절한 사랑고백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1899년 9월 18일은 경인철도 노량진-인천 간 기차가 맨 처음 달린 날이다. 경인철도가 온전히 개통돼 경성과 인천이 철길로 이어진 것은 그 이듬해인 1900년 7월 8일이었다. 2018년부터 ‘철도의 날’이 9월 18일에서 6월 28일로 바뀌었다. 1894년 갑오개혁 때 철도국이라는 조직을 신설한 날을 기념하자는 의미다.

철도라는 것이 애당초 굴뚝산업인 데다가 시커먼 쇳덩이가 굴러다니는 곳이다 보니 원래 재미라고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분야이다. 더군다나 이른바 메커니즘이라고 하는 기계적인 구동원리며 안전장치 이야기를 꺼내면 요즘 젊은이들은 금세 고개를 돌리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이는 짐짓 모르는 척 기차와 관련된 별별 이야기를 다 꺼내놓는다. 비교적 쉽게 씌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들이다. 뜀박질 전의 준비운동처럼, 지은이는 먼저 ‘기차를 달리게 하는 다양한 구성요소’에 대한 소개로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놓는다. 기차라는 말의 뜻, 기차와 열차의 차이, 기차바퀴와 기찻길이며 신호등의 의미, 한반도를 힘차게 달렸던 증기기관차 이야기부터 자기부상열차에 이르기까지... 궤도교통기관의 종류도 시시콜콜하게 풀어놓는다. 그런데 그게 또 만만치 않다. 증기기관차는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언제 처음 도입되었는지에 이르면 독자는 이 책이 단순한 이야기책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채게 된다.

   
 

‘기차의 역사’로 넘어가면, 일제 강점기에 침략과 수탈의 도구였던 철도가 어떻게 민중의 가슴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사양화산업이었던 철도가 어떻게 친환경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첨단산업으로 변모하게 되었는지 각종 도표와 사진을 곁들여 찬찬히 들려줌으로써 독자들의 가쁜 숨을 달래준다. 그렇다고 기차의 역사에 심각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징어, 땅콩!”을 외치며 미어터지는 기차간을 잘도 휘젓고 다니던 잡상인 이야기도 있고, 수십 년 동안의 도시락 가격과 판매실적이 도표로 제시되기도 한다.

지은이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아마도 긴 호흡으로 써내려간 우리나라 여객열차의 변천과정일 것이다. 식민지 시기와 광복, 전쟁과 혼란기, 군사쿠데타와 경제성장기 등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치던 시대 상황만큼이나 들쑥날쑥하고 자료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 나라 여객열차의 변천과정을 표로 정리하고,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했다. 눈썰미 있는 대학원생이라면 살을 붙이고 논리를 세워 충분히 학위논문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주제가 허다하다. 또한 그것은 지은이의 숨은 의도인 것 같기도 하다.

지은이는 1983년 철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철도에 입문해, 영업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초임 역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고속철도 개통홍보팀원으로 홍보업무와 인연을 맺은 이래 12년이 넘도록 코레일에서 콘텐츠 수집과 가공·배포 업무, 철도역사 편찬업무, 철도박물관 관련업무 등을 담당했다. 철도마니아를 자처하는 지은이는 철도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흔치 않은 철도인이다. 2007년에는 1899년 이후 우리나라 철도승차권의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철도승차권도록’을 펴낸바 있다. 현재 新 한국철도사편찬위원회의 코레일 측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가 풀어나가는 기차표 이야기는 막힘이 없다. 또한 그가 열변을 토하는 우리나라 철도의 효시며 이봉창 의사, 6·25 전쟁영웅 김재현 기관사 이야기는 과거가 아닌 새롭게 해석된 현재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홍보실에 근무하던 시절 직접 체험한 남북철도연결 이야기, 손기정 선수의 발자취를 따라 베를린까지 이어지는 대륙철도 연락운송 이야기는 이 시대 대한민국의 뜨거운 이슈이기도 하다.

기차 이야기에 사람이 빠질 수는 없는 법,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으로서 최초의 역장이 되고 고등관인 대구역장까지 역임한 이치홍 님을 찾아냈고, 최장수 교통부장관을 지낸 철도인 안경모 님,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 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세상의 반은 여성이지만, 아직은 철도직원의 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철도에서는 여성 최고경영자와 본부장·서울역장 등을 배출했고, 현장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초의 여성 부역장, 최초의 여성 역장, 최초의 여성 열차팀장, 최초의 여성 KTX 기장 등이 실명으로 기록됐다. 이것은 시대를 앞서간 그들 각자에 대한 호명(呼名)이며, 감사와 찬사의 의미일 것이다.

▶지은이 배은선
▶출판사 지성사
▶판 형 158×210mm
▶가 격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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