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제 전환 후 그린피 안 내린 골프장이 36%에 달해
회원제 보다 비싼 골프장 즐비... 세금감면 혜택 등 재고해야

코로나19로 야기된 전 산업분야의 경제지표가 바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골프장만은 활황장세로 폭리를 취하고 있어 골프마니아는 물론 국내 골프투어로 연명하고 있는 여행사들마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각종 세금혜택을 받고 있는 대중골프장의 입장료가 회원제 비회원 입장료를 초과하는 곳이 전국에 44개소에 달하는 등 정부의 골프대중화 정책에 역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하면서 그린피를 인하하지 않거나 외려 인상한 골프장들이 10곳 중 4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이 발표한 ‘대중제 전환 전후의 골프장 그린피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72개 골프장들 중 46개소(63.9%)가 그린피를 일부 내렸지만 그린피를 안 내린 곳이 18개소(25.0%)이고 8개소(11.1%)는 오히려 그린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제로 전환한 72개 골프장의 평균 그린피는 주중 13만2700원, 토요일 18만1800원으로 전환전보다 각각 1만4600원, 1만5200원밖에 인하하지 않았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의 16개소 전환 골프장의 토요일 그린피 인하액이 74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제주도도 7400원 인하했는데, ‘조세특례제한법’이 시행되면서 개별소비세 등을 감면받았기 때문에 내륙과 직접 비교는 어렵다. 반면 호남권의 8개소 전환 골프장의 토요일 그린피 인하액이 2만6600원으로 가장 컸고 영남권은 1만9400원으로 두 번째다.

회원제에서 대중골프장으로 전환하면, 그린피에 붙는 개별소비세 2만1120원이 면제되고 재산세율도 4%에서 0.2∼0.4%로 대폭 인하된다. 이 세금 차액이 약 3만7000원 정도가 되기 때문에 대중제로 전환하면 그린피를 3만7000원 정도 인하하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그린피를 1만 5000원밖에 인하하지 않는 대중제 전환 골프장들은 골퍼 1인당 2만2000원, 그린피를 전혀 안 내렸다면 3만7000원 정도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대중골프장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주면서도 그린피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 호황으로 골퍼들이 골프장에 몰려들면서 그린피가 폭등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회원제에서 대중제 전환 골프장 102개 전체의 19% 차지

대중제 전환후 그린피를 인상한 대표적인 골프장을 보면, 지난 5월 회원제 18홀을 대중제로 전환한 썬힐CC(경기 가평)는 대중제 전환 후에 주중 4만원, 토요일 2만5천원씩 인상했다. 양지파인CC(경기 용인)도 대중제 전환 후에 3만원, 6만원씩, 설해원골든비치CC(강원 양양)도 3만원, 2만원씩 각각 올려 받고 있다.

그린피를 인하하지 않은 골프장도 18개사에 달했다. 세라지오(한라그룹), 골든베이(한화그룹), 동원썬밸리·썬밸리(썬밸리 그룹), 아일랜드, 태인CC 등이 그 곳 들이다.

골프마니아들은 “대중제 전환 후에도 그린피를 올리거나 내리지 않는 것은 골퍼들이 당해 골프장이 회원제인지, 대중제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는 회원의 유무 이외에 운영행태가 비슷하기 때문인데 대중골프장의 그린피만 보더라도 회원제보다 3만3천 원가량 저렴하지만 캐디피와 카트피는 거의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중제로 전환하면서 토요일 그린피를 많이 내린 착한 골프장들도 적지 않다. 충북의 젠스필드CC가 6만5천원, 골프존 카운티 경남CC가 6만3천원, 코스카CC가 5만5천원, DB그룹의 레인보우힐스CC와 이븐데일CC가 각각 5만원씩 인하했다.

한편 대중제 전환후 올 10월까지 5만원 이상 인상한 대중골프장은 모두 12개소로 조사됐다.수도권에는 골프클럽안성Q, 신라, 파인크리크, 캐슬파인CC 등 4개소이고 충청권에는 동촌, 떼제베, 로얄포레, 임페리얼레이크CC 등 4개소이며, 강원권에는 남춘천, 알프스대영CC, 호남권의 파인비치CC, 제주의 아덴힐CC 등이다.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수는 지난 11월말 기준으로 102개소로 전체 골프장 538개소의 19.0%에 달하고 있다.

서천범 소장은 “정부가 대중골프장에 대해 막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만큼, 정부에서 ‘그린피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대중제 전환이후 일정기간 인하하지 않으면 대중제로 전환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