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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채언 혜초여행사 대표평화로운 네팔에 불어 닥친 시련... 그래도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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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28  13: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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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돕는 길은 관광객들의 끊임없는 발길 뿐 

   
엄홍길대장과 석채언 대표

이 글은 네팔 지진이 일어난 후 석 채언 혜초여행사 대표가 현지를 방문, 카트만두와 포카라 등지를 돌아보고 SNS로 전한 내용을 각색없이 사진과 함께 게재하는 글입니다.<편집자 주>

카트만두에 도착하기 직전 하늘에서 바라 본 마을과 도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롭다. 오랜만에 와보는 네팔이라 조금은 설렌다.

공항에서 수하물을 찾는데 다소 힘이 든다. 코베아 대표로 계시는 선배가 집이 부서진 네팔 지인에게 보내는 텐트 5개(125kg)와 포카라 양 지사장 가족에게 전달할 물품 25kg까지 혼자 찾아 나가다보니 벅차지만 힘든 네팔 사람들을 생각하니 푸념이 사라진다.

   
히말라야는 말이 없고...

역시 제2의 고향이라고 할 만한 네팔이다. 마중나온 직원들과 함께 1984년부터 같이 히말라야를 등반했던 앙도르지가 반겼고 또 서로 바빠 만나기 어려웠던 오랜 친구인 엄홍길대장이 공항밖에서 반겨준다. 적십자 구호대장으로 구호활동을 하고 있단다. 엄대장과는 30년전 에베레스트 등반 훈련을 같이 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은 물론 이곳 카트만두에서 함께 많이 어울려 다녔었다. 서로 부둥켜 않고 반가워 할 밖에. 곧바로 카트만두 시내를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생업으로 바쁘고 표정 또한 밝아 보였으며 의의로 부서진 건물은 찾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구왕궁인 하누만도카의 오래된 건물들은 파손이 심각했다. 전체의 40%가량이 그야말로 폭삭 무너져 형체를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아...

카트만두의 이름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건축물 카스트만둡(거대한 하나의 나무로 만들어진 집)은 완전히 없어졌다. 울컥하는 마음으로 구왕궁 주변을 한참동안 서성였지만 먹먹함만 더할 뿐이다.

안일한 네팔 관계자들 행태에 울화통

   
 

카트만두 시내 중심에 자리한 유명한 안나푸르나 호텔을 갔다. 이 호텔은 포카라의 피쉬테일 호텔과 무글링의 안나푸르나 호텔을 소유하고 있고 네팔 호텔협회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어 영향력이 크다.

나는 호텔 커피숍에서 안나푸르나 호텔의 GM및 마케팅, 영업 디렉터 2명과 미팅을 가졌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 반가운 인사와 함께 지진으로 인한 어려움에 대한 위로를 했다. 다행히 이들 모두 별 피해는 없다고 한다.

앞으로의 네팔과 비즈니스에 대해 질문을 했다. 디렉터 두명은 안나푸르나호텔은 안전진단을 받아 미국구조대가 체류하고 있다는 자랑과 함께 곧 괜찮아 질거라는 대답이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정색을 하고 말했다. "한국은 어제 정부가 네팔여행에 대해 강한 주의경보를 내렸고 이미 유럽의 일부국가와 중국 등의 나라가 여행제한을 하고 있는 판국에 당신들은 너무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놀란 GM은 미디어와 구조대 그리고 NGO가 너무 지진 피해 지역만 노출하고 강조한다고 외려 불만이다. 호텔협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여 정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나는 앞으로 2~3개월 후에 지진 발생이 더 이상 없다면 그 때 관광업계, 호텔업계, 항공사는 물론 관광식당까지 모두 함께 네팔을 진정으로 돕는 것은 쌀과 의류가 아닌, '네팔로 여행을 오는 것'이라는 캠페인을 크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광수입에 의존하는 네팔의 경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실 지진 피해로 사망하거나 다치고 집이 파손된 사람들을 위로하여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정말 필요하고 훌륭하다. 이러한 좋은 목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어려움에 처한 네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구조대와 봉사자들이 파견되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피해는 없어 보이지만 관광업계는 무너진 건물처럼 시간이 갈수록 초토화 되고 있다. 미디어와 구조단체가 네팔의 어려움과 위험을 강조할수록 관광객은 발길을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네팔은 관광수입이 매우 높은 나라다. 만일 관광객이 6개월가량 없다면 경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말 것이다.

저녁에 만난 예티항공, 고카나 호털 사장은 흥분하여 정부를 규탄하고 수상과 장관을 성토한다. 이미 구호물품은 로컬시장에 팔리고 쌀은 넘쳐나며 헌 옷가지는 버려지고 있단다. 분별없이 받은 구호품으로 시장의 경제는 무너지고 관광산업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과 유럽의 지인들이 뉴스를 보고 밥은 먹었느냐고 걱정하는 전화가 많이 온단다. 체링사장은 갑자기 창문의 커튼을 젖히고 나보고 밖을 보라고 한다. 도시의 수많은 집과 건물이 멀쩡한데 도시 전체가 절단난 것처럼 외국인들은 알고 있어 관광과 비즈니스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단다. 그의 주장에 동조해 같이 흥분하면서 서로 돕자고 했다.

오늘은 긴 하루를 보냈다. 저녁은 인도식으로 로띠와 탄두리 한쪽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은 구조대와 봉사단체만이 북적인다.

'산에오르듯 힘든 고난과 역경 버텨내라' 격려

오전에 하얏트호텔 디렉터와 얘기를 한참 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보다 지속되는 여진이 두려워 호텔의 큰 정원 한 귀퉁이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동네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 더 큰 고민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네 호텔은 지진을 대비한 건축물이라고 자랑만 하는 그에게 나는 안나푸르나와 예티항공 사장과 했던 얘기를 해주고 앞으로 일어날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라고 했다.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 탑승객들

다음은 네팔이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인 보우더 너트 사원으로 향했다. 이 사원은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며 나라를 잃고 떠도는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세계 최대의 가장 오래된 수투파이다. 다행히 불탑은 거의 완벽하게 무사하다. 불탑 옆에서 티벳의 스님들이 신도들과 함께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기도회를 하고 있었다. 티벳인과 셀파들은 정성을 다해 염송 하고 있어 나도 숙연해 진다. 티벳의 고승은 오늘 밤 11시가 마지막 고비이니 조심하라고 했다.(젠장 지진 나기전에 예언은 왜 못했나...)

보우더 너트 근처에 사는 댄디 셀파를 만났다. 그는 25년 전부터 나를 도와 등반대와 트래킹 쿡을 해왔으며 나와는 인연과 추억이 엄청 많은 셀파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의 음식 솜씨와 환한 웃음에 매료되기도 했다. 지금은 나이들고 다리가 아파서 산에 가는 일은 은퇴하고 보우더 너트 부근에서 티벳인을 상대로 작은 한식당을한다. 댄디셀파의 설명은 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에 있지 못하고 밖에 나와 텐트를 치고 살고 있으며 건물에 있던 상가들은 위험해 문을 닫아서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이들은 구호품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한다. 카트만두에는 이러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 도처에 텐트촌이 형성돼 있다.

   
여진의 공포로 형성된 텐트촌

집이 완파되면 1000달러 가량 지원받지만 상가나 다세대 주택 및 세입자들은 보조받지 못하는답답한 현실이다. 그밖에 네팔정부와 관료들의 한심스러운 행태와 삼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힘든 사례들을 한참을 들었다.

하소연을 들은 후 오랜 동지였던 댄디 셀파에게 나는 힘주어 말했다. 산에 오르듯이 어려움을 참고 버티어야 하며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격려를 했다. 그리고 식당을 다시 열때 돈이 모자라면 일부 빌려줄테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댄디에게 위로금을 쥐어주며 다음엔 너의 식당에서 보자고 했다.

카트만두에서 평화로운 포카라로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에는 외국인은 몇 명뿐이고 대부분 네팔 사람들이다. 공항은 미군 헬기와 중국, 인도 헬기가 여러대 뜨고 내린다. 날씨가 흐려 히말라야가 보이지 않아 잠시 졸다보니 포카라에 도착했다.

포카라는 언제나 평화롭다. 아름다운 안나푸르나 히말라야와 깨끗한 호수가 어우러진 따뜻한 휴양의 도시다. 포카라는 풍요의 안나푸르나 여신의 가호아래 건물보다 나무와 꽃들이 많고 새들의 지저귐으로 이 작은 도시를 더욱 행복하게 한다.

이번 지진도 포카라는 피해간 듯 하다. 포카라를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 지진 난민들의 텐트촌은 전혀 볼수가 없었다.

   
혜초가 운영하는 히말라야 롯지에

혜초가 운영하는 히말라야 롯지에서 양기영지사장의 가족을 만나니 그간의 걱정이 사라졌다. 지진의 공포는 있었지만 포카라는 지진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단다. 그래도 안심하지 말고 지진 정보에 대해 확인하고 대피하는 방법도 숙지하라고 그의 가족들에게 당부했다.

히말라야 롯지는 참 편하고 예쁘다. 발코니는 물론 샤워하면서 히말라야의 마차푸차레 봉과 안나푸르나 연봉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양지사장의 부인의 정성스럽고 맛깔스러운 음식도 좋다. 이곳에 머물면서 아름다운 페와 호수를 산책하고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레이크 사이드에서 놀고 낮잠도 한 잠 청한다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겠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의 밤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달빛과 별빛으로 물든 안나푸르나 연봉은 과연 꿈의 샹그릴라라고 말 할 수 있다.

하루뿐인 포카라 일정으로 여유는 없지만 시차적응이 아직 안된 참에 일찍 일어나 페와 호수의 산책길을 걸었다. 포카라를 여행하는 분들에게 호수 산책길을 강추한다. 넓은 호수는 보석같은 히말라야를 품고 있어 정말 멋지고 예쁜 명품 산책길이다. 난 참 생각이 많은 편이라 걷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는 걷기는 나의 깊은 카르마와 연결된 듯 하다.

   
 

산책길이 끝나는 곳에는 윈드 폴 롯지가 있다.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곳인데 부부의 후덕함으로 위치가 좋지 않음에도 여행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지진과 같은 재해와 외국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인들끼리 협조하고 서로 의지해야 한다고 조언을 했다. 26년전 네팔에서 처음으로 한인회가 결성됐을때 초대 총무를 맡아 활동했던 생각이 난다. 네팔왕정이 무너지고 민주화되던 큰 사건 현장에 있었으며 그 혼란속에서 한인들끼리 서로 도와야만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 포카라에 체류중이던 차관급 관료가 내가 왔다하니 혜초의 히말라야 롯지로 찾아왔다. 모처럼 만남을 반가워 한 후 디테일 없이 지진에 대처하는 네팔정부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다행히 그는 충분히 공감하고 호응했다. 크게 믿지는 않지만 지진이 안정되면 반드시 삼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도 받았다.

바쁜 포카라 일정을 마치고 아쉬움과 함께 포카라를 떠난다.

희망의 카트만두... 빛을 보다

   
 

네팔 동부에서 아직도 4~5정도의 여진이 가끔씩 발생한다지만 덤덤해서인지 느낄 수 없다.

오늘은 한국 사람들과 등산을 함께 해온 네팔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다. 거주가 일정치 않은 포터를 제외한 셀파 가이드, 쿡, 키친보이, 사무실 직원, 그리고 청소원 등 모두 60명 정도인데 이미 고향으로 갔거나 카트만두에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20명 가량이 모였다.

그들에게 우리가 힘들고 눈폭풍이 불어도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하기에 산을 오르듯이 지진으로 인한 피해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며 그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한국 동료들의 응원하는 마음과 성원을 가지고 직접 왔다고 설명했다.

또 어려움을 극복하는 노력과 실천으로 인해 다시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두려움은 없을 것이며 비록 멀리 있지만 한국에서 히말라야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돕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했다.

한국에서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혜초의 전직원, 페이스북 캠페인을 통한 응원, 그리고 혜초여행사 등 많은 분들의 성원과 함께 모금한 격려 위로금을 직급의 높고 낮음없이 같은 금액을 봉투에 담아 정중히 건넸고 이곳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 아말사장에게 보관하였으며 전달해 달라고 했다.

20대 초반부터 30년 가까이 나와 함께 산을 오른 이들의 청춘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나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하며 안부를 묻는다.

이번 여정은 짧았지만 긴 여정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지진으로 큰 재해를 당한 네팔을 실제 느끼기 위해 나름 여기저기 다녔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으며 많은 대화를 했다. 그리고 감자처럼 작은 생각과 시각으로 분별력없이 글을 써서 주변에 알렸다.(제 글을 읽으신 분들께 양해를 구하며 부디 현재 상황의 네팔에 대해 조금만 더 이해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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