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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신발 밑에 밟히는 땅의 느낌으로 온다. 겨우내 꽁꽁 얼어 있던 땅이 어느날
폭삭폭삭하게 밟히면 그것이 봄이다. 전북 부안으로 봄이 얼만큼 왔는지 보러 왔다.
매화(梅花)를 보러 간 것이다. 다 썩은 듯한 고목에서도
봄이 가까우면 어김없이 꽃을 피워 은근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봄의 등불을 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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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찾으러 달려간 길, 내소사 전경 |
아직은 매화에 보임이 없고 어름빛 몽우리만 저만치 피어 있었다.
봄찾으러 달려간 길, 내소사에 들려 때 이른봄의 내음만 실컷 들이 마시며
애꿏은 산수유만 바라보고 화들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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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한을 잘 이겨내고 있는 산수유나무 |
봄은 늘 그리움을 낳는다. 그러나 그리워한들 너무 이른 것이다.
조바심에 봄이 오는 것을 기록해 보고자 너무빨리 길을 나선 것이다.
이른바 이땅의 서정과 풍경, 사람과 문화에 대한 기록,
이미 사라진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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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눈이 덮힌 내소사는 더욱 빛이난다 |
새로이 오는 것들에 대해서는
당대의 누구라도 길 떠날 필요가 있고,
단편적이나마 그길에서 보고, 듣고, 만나고
얻은 것들을 기록한다는 것에 작은 의미를 두고 싶다.
눈 감으면 소리 들린다. 바람을 놓아주는 나무들,
마른 가지에 물오르는 소리, 고개를 들어 바람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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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를 위해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준다 |
녹슨 심장에 피가 돈다. 푸른 날개라도 돋는가.
겨드랑이 밑이 간질간질. 겨울추위가 다 뭐야,
남녘 꽃소식 궁금해 마실 나온 구름,
꿈결처럼 속삭이는 미풍, 당신 가슴에도 물이 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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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마끝에 달린 고드름은 왜 저리도 시리운지 |
향기 없는 소주잔엔 비워야 할 시름이 있고,
향 짙은 담배 한 개비엔 태워야 할 한숨이 있다.
매화(梅花)는 꽃망울만, 눈에 찬바람에 시름 젖는 아침,
찬연한 봄을 위해선 그렇게 떨며 건너야 할 시련의 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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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찬 겨울바람에 내소사의 풍경소리만이 은은하다 |
오늘도 거리의 포장마차에는 세상타령하며 비우며
태우며 ‘강’건너는 이들의 이야기, 이야기들.
전북 부안군 진서면 내소사로 243 내소사에서 |
